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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한의사회 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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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3] 트라우마 한의치료 특집 - 한의학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다
날짜 2024-02-01


< 트라우마 한의치료 특집 >

- 한의학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다 -

 

 

대한여한의사회 학술이사

최 유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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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성폭력’이란 성(性)적인 행위로 남에게 육체적, 정신적 손상을 주는 폭력행위이다. 강간이나 강제추행 뿐만 아니라 언어적 성희롱, 음란성 메시지 및 몰래카메라 등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지는 모든 가해행위’를 뜻한다. 


  성폭력 피해자는 성폭력 사건 자체에서 정신적, 육체적 상해를 겪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인 트라우마를 겪는다. 이는 쉽게 치유되지 않으며 연관되어 나타나는 다양한 육체적 증상으로 인해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또한, 회복 또는 치유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자원봉사자, 행정기관 담당자, 법률가, 의료인 등)에 의해 2차 피해를 받아 트라우마는 더욱 증폭된다. 이러한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하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상대의 성(gender)에 대해 빠르고 영리하게 반응(sensitivity)하여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경우 본인이 2차 가해를 행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 피해자의 치료 과정에 긴밀한 접촉이 이루어지는 의료인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특히 중요하다.


  한의학은 트라우마 치료에 있어 학문적, 임상적으로 매우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는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심신통합적 관점에 기반한다. 또한 진료시 개별적 자아와 개인의 특수성에 깊이 주목하는 학문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이와 관련된 제도적 기반이 미비하다. 성폭력 피해자 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되어있는 한방의료기관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학이 성폭력 피해자 치료에 보다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한의계 내 성폭력 피해자 의료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대한여한의사회는 ‘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하여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위 연구사업은 2017년도 대한여한의사회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진행했던 성폭력 트라우마 한의치료 간담회를 발단으로 하여, 김영선 전 회장의 정책연구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대한여한의사회 제 29대 회장 박소연은 그 취지를 이어 확대 및 발전시켜왔으며, 올해로 5년을 맞는 연구사업의 필두에는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인 최유경 학술 이사가 자리를 맡고 있다. 또한 사업의 학술 자문에 있어 원광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강형원 교수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9

 

  최유경 학술이사는 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한의계 인식 조사연구를 선행하였다. 2019년 9월 18일부터 24일까지 한의사와 예비 한의사(한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11건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한의사의 성폭력 피해자 진료 경험이 미비하며, 한의사와 예비 한의사 상당수는 성폭력 관련 공공서비스와 법 제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성폭력 피해자 전담 의료기관 지정 현황과 관련해서는 지정 기관 증대 및 관련 교육과 진료 매뉴얼 체계화의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특히,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교육 및 매뉴얼에 대한 높은 관심도가 주목할 지점이었다. 성폭력 관련 인식 조사에서는 한의사와 예비 한의사 집단이 전반적으로 좋은 점수를 보여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 조사 결과는 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되었으며, 이후 12월에는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게재되었다. 


  2019년 11월 14일, 대한여한의사회와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는 한의계 안팎의 관련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인 첫 번째 학술 심포지엄으로, 이후 매해 개최하는 학술 심포지엄의 모태가 되었다.

 

 

2020

 

  이러한 연구성과 및 활동에 기반하여 2020년 4월 대한여한의사회는 ‘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교육활동’으로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회원단체지원사업의 심화과제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게 되었다. 위 교육사업은 성폭력 피해자 의료지원에 한의사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한의계 내부 역량 도모 및 외부 사회공공시스템과의 연계를 기획하였다.


  2020년 7월, 대한여한의사회는 ‘한방병원 수련과정 담당자의 수련의 선발 및 직무환경 구성 경험에 대한 질적연구(연구책임자: 가천대학교 김송이 교수)’와 ‘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 연구(연구책임자: 가천대학교 최유경 교수)’ 자료집을 발간하였다. 여한의사회 각 지부, 한의계 내외의 각종 협회와 학회 등에 155부 배포하였으며, 연관 내용의 성폭력 피해자 트라우마 한의치료 홍보영상 또한 촬영하여 게시하였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 한의진료와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토대가 되었다. 


  2020년 8월에는 예비 여한의사와 대한여한의사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의료계의 성인지 감수성과 한의 트라우마 진료’ 학술 심포지엄을 주최하였다. 성폭력과 인권, 그리고 트라우마 치료의 한의 심신의학적 접근에 대한 주제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2020년 10월 15일 대한여한의사회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성폭력 피해 한의의료지원 네트워크 강화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이 날 워크숍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 전달 체계와 한의의료지원 구축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측에서는 현장 종사자들이 참석하여 생생한 강연이 이어졌으며, 대한여한의사회 측에서는 김영선 전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참석하여 대한여한의사회에서 추진해온 한의의료지원 추진 배경과 경과를 알리며, 심신의학적 특징을 지닌 한의 트라우마 치료를 강조하였다.

 

 

2021

 

  2021년 3월, 대한여한의사회의 ‘성폭력 관련 사회 안전망 확충 및 피해자 의료지원의 한의 의료인 역할 강화를 위한 교육활동’이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심화과제로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선정되어 지원을 받게 되었다. 2021년도 사업은 전년도 사업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보다 직접적인 연계 강화의 일환으로 성폭력 상담소와 연계된 의료봉사를 추진하였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의 전국 상담소에서 한의치료를 희망하는 성폭력 피해 대상자를 선정 후, 의료봉사를 희망하는 한의의료기관을 파악하여 연결하였다. 대상자들은 10월 26일부터 이듬 해 1월까지 신체화된 증상 개선을 위한 한의치료를 지원받게 되었다.


  2021년 6월 대한여한의사회는 한의사를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최유경 학술이사는 대한여한의사회의 지원을 받아 ‘한의사의 성폭력피해자 진료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질적 연구’를 수행하여 2021년 12월, 대한예방한의학회지에 게재하였다. 위 연구는 반구조화된 설문지 기반의 심층면접의 방식으로 진행되어 통계나 수치 자료로는 파악하기 힘든 한의사의 성폭력 피해자 진료경험을 심도있게 탐색하고자 하였다. 

 

 

2022

 

  2022년도 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시스템 구축 사업은 2020년도부터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심화과제로 선정된 대한여한의사회 사업의 연장선으로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 확대 및 사회공공단체와의 연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먼저, 미충족 의료 관련 교육사업으로 기존의 한의사 대상 사회의학교육 프로그램에 ‘다양성 제고 및 포용성 문화확산’ 컨텐츠를 도입하였다. 5월 6일 29대 대한여한의사회 제2차 정기중앙이사회를 개최하여 과학기술계 다양성 제고와 포용적 문화 구축 강의 및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후 8월 25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교육 지원을 모색하였다. 또한, 시범 운영하였던 성폭력 피해자 트라우마 한의 진료 매뉴얼 또한 보완하여 한의사 보수교육을 실시하였다. 


  미충족 의료 여성 대상 한의 의료지원 사업으로는 2021년도에 시행하였던 성폭력 피해자 한의 의료지원과 더불어 한부모 이주여성 가족 한의 의료지원을 새롭게 기획하였다. 2022년 5월 12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간담회를 개최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의치료를 희망하는 한부모 이주여성 대상자를 모집하여 5월 23일부터 7월 30일, 8월 8일부터 10월 22일까지 총 두 차례에 걸쳐 한의의료기관과 연계된 진료봉사를 시행하였다. 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은 2022년 4월 2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시행되었다.

 

 
2023

 

  2023년도에는 보다 나아가 전국적으로 trauma informed care 분야의 전문 한의 의료인력을 양성 및 확보하고, 치료거점 한의 의료기관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였다. 기존 사업에서 개발한 한의사 대상 사회의학 교육프로그램 및 성폭력 피해자 진료 매뉴얼 교육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방신경정신과학회, M&L심리치료학회 등의 자문을 구하여 심화프로그램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교육에 도입하였다. 또한,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함께 Allyship 워크숍을 기획하였다. 


  한의의료지원의 대상은 기존의 전국성폭력상담소와 연계된 성폭력 피해자에 국한하지 않고, 상담 종사자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였다. 의료지원을 받은 성폭력 피해자 및 피해자 지원 사회공공단체 종사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결론

 

  대한여한의사회의 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시스템 구축 사업은 2019년도부터 2023년 현재까지 매년 확장되어왔다. 2019년 선행연구인 ‘성폭력 피해자 한의의료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한의계 인식 조사연구’를 시작으로, 각종 교육과 치료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확인하였다. 이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교육 활동을 전개하였다.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회원단체지원사업의 심화과제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게 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전 연구 자료집 발간과 배포, 학술 심포지엄 및 네트워크 강화 워크숍 개최 등 온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였다. 2021년부터는 실질적인 한의치료를 지원하기 시작하여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연계된 의료지원이 이루어졌다. 2022년에는 미충족 의료 관련 교육사업을 확장시키고, 사회공공단체와의 연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기존의 의료지원과 더불어 한부모 이주여성 가족 한의 의료지원을 시작하여 범위를 확장한 것에 의의가 있다. 현재 2023년에는 전문 인력 양성과 더욱 고도화된 매뉴얼 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한방신경정신과학회, M&L심리치료학회,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해바라기센터 등 한의계 안팎의 다양한 사회 단체와 협약을 맺어 트라우마 한의진료의 대중화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지속한다면 성폭력 피해자의 트라우마 회복 과정에 한의학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보다 활발한 한의치료가 이루어져 피해자의 트라우마의 극복 과정에 한의사가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커지길 바란다.




정리 : 학생위원 이조현(대구한의대 본과 3학년)

안수민(경희대 본과 3학년)

이기은(세명대 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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