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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한의사회 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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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3] 한국한의학연구원 이보람 박사님을 만나다
날짜 2024-02-01

 

< 한국한의학연구원 이보람 박사님을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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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서 한방소아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이후 2019년에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선임연구원으로 부임하여 지금까지 5년째 재직 중입니다.

 


  Q. 요즘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의 하루 일과는 어떠한가요?


  전업 연구자다 보니 연구 업무가 대부분이긴 합니다만, 행정 처리나 회의도 많습니다. 사실 다른 한의계 연구 기관에 비해서 저희 한국한의학연구원의 행정 업무는 대부분의 과정이 전자 처리로 간소화된 편입니다. 연구지원인력도 약 100여 분 가량 계셔서 연구 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 업무가 60% 정도라 하면, 회의가 20%, 행정 업무가 20% 정도인 것 같습니다.

 

 

  Q. 한의학 연구 외에도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나요?


  저는 현재 PLOS One 등과 같은 국제 전문 학술지에서 아카데믹 에디터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에디터로서 제가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저널에 통합 의학 분야의 논문이 투고되면 초기 평가, 리뷰어 선정, 최종 결정 등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지원하는 개인 직무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진로]

  Q. 한방소아과 전문의 수련 후,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생 때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세계 전통의학 연구기관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원정대라는 프로그램을 했었습니다. 당시 성과 보고와 발표 준비를 열심히 했었는데 운 좋게 1등을 해서 미국도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좋은 기억으로 인해 한국한의학연구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수련의 시절 지도교수님이셨던 장규태 교수님께서 당시 소아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연구사업을 수행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도 관련 학회 참여, 논문 작성에 깊게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겪던 연구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내가 성취할 수 있는 부분이 확실히 있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3년 차 때 진로 고민을 하다가 내가 좋아하고 지금 해보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에 연구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Q. 연구를 진행하면서 수련 과정이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장단점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연구직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대개 박사 학위가 기본 요건이 됩니다. 한의학 전공자의 경우, 전문의 자격증이 있으면 박사로 인정해줍니다. 그래서 전문의를 하게 되면 연구원에 들어오기 위한 최소 요건을 채운다는 경력적 부분에서 장점이 있습니다(채용 공고의 모집분야에 따라 자격요건이 다를 수 있으니, 지원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또한 어떤 연구를 하느냐에 따라 수련 과정이 갖게 되는 중요성이 있습니다. 저는 여러 연구 분야 중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임상 연구 분야는 현장을 직접 경험해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련 과정을 겪고 나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떠한 연구가 필요한지, 한방병의원에서 임상 연구를 수행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등의 예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개인적으로 수련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제 인생의 진로를 크게 바꾼 경험이었습니다. 학부생 때는 연구를 실질적으로 경험해보기 힘들었고 장규태 교수님 밑에서 연구를 경험하면서 연구직을 택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수련 경험이 여러모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관련]

  Q. 한국한의학연구원 내에서도 한의과학연구부에 재직 중이신데, ‘한의과학연구부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의과학연구부에서는 경혈경락 체계와 같은 한의이론을 뇌과학이나 바이오 등을 기반으로 과학적 규명을 하고 있으며, 한의 치료기술 및 한약의 안전성, 유효성과 관련된 과학적 임상 근거를 강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연구자로서 느끼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확실한 매력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희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혹은 재량근로시간제라는 복무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재량근로시간제를 택하고 있는데, 이 근무제도는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어느 때 출근해도 상관없고 하루에 최소 몇 시간을 근무해야 한다는 제약이 없습니다. 재량근로시간제의 기본 전제가 본인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은 연구자 본인이 지는 것이기에 해야할 일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굉장히 좋은 연구환경의 토대가 됩니다. 시간적 자율성이 주어진 근로제도 안에서 연구에 더 매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특히 임신, 출산,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연구자들에게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장점은 원내의 다양한 전공을 가진 연구자들과 협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약학, 수의학, 의학, 간호학, 통계학, 의료정보학, 뇌과학, 생물학, 공학 등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한의학을 접목해서 다양한 연구를 해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재밌습니다.

 

  Q. ‘소아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한의약 치료연구를 간략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연구의 결론은 무엇인가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아이토마토한의원에 내원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통합치료를 시행한 후 증상의 변화를 분석한 연구입니다. 통합치료에 사용된 한약의 경우 개별 환자의 증상, 변증에 따라 처방했고 플로어타임 치료와 감각강화치료를 병행하였습니다. 6개월 간의 통합치료 이후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심각도를 평가하는 설문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되었고 환자들의 개별 순응도도 높았고 심각한 이상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Q. 성인 대상 연구와 비교했을 때 소아 연구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일단 소아 환자의 경우 미성년자입니다. 어떤 정보에 대한 이해 능력, 판단 능력, 의사 표현 능력 모두 성인에 비해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에서는 소아를 취약한 연구 대상자라는 카테고리 하에서 분류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자발적인 연구 참여 의사를 확보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들의 윤리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장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행정적인 안전장치들이 많아서 일단 소아 대상 연구는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또한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며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과 같은 약동학적 기전이 성인과 다르고 미숙합니다. 따라서 소아 대상 연구에서는 효과를 보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Q. 한의계에서 소아 ( 및 소아 발달) 연구가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아 대상 연구는 성인 대상 연구에 비해 국가로부터 받는 펀딩 규모나 인적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비교적 적게 이루어지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최근 소아 대상 연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의계에서도 소아 자폐스펙트럼 장애, 소아 식욕부진, 성장장애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개발된 바 있습니다. 소아 대상 연구는 앞으로도 여러 연구자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키워나가야 할 분야인 것 같습니다.

 

  Q.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코어(KOR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어떤 프로젝트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코어(KORE) 프로젝트는 한의원, 한방병원 단위의 증례를 모아 과학적 검증을 통해 해당 치료의 임상 연구 가능성을 검토하고 논문까지 출간하는 일련의 연구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코어 프로젝트 연구팀은 침구의학과, 한방내과, 한방소아과, 한방부인과, 한방신경정신과 등 다양한 분과의 전문의들과 기초 연구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어 프로젝트는 임상 현장에서 치료 효과를 보인 사례들을 모아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후속 연구 확대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Q. 연구하는 분야가 실제로 임상에 어떻게 활용되었으면 하시나요?


  임상의 분들은 연구자들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환자들의 근거기반 치료 방향 결정에 참고하시거나 환자 교육 자료로 사용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임상에 계신 원장님들이 현장과 연계된 후속 연구에 관한 질문을 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사실 바쁜 임상 현장에서 임상의 분들이 연구자들에게 피드백을 주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서로 상호 협력하면 점점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 같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한의계 커뮤니티, 블로그,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한국한의학연구원을 비롯한 한의계의 연구 성과가 홍보되고 있으며, 리플렛이나 인포그래픽 등 연구 결과가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Q.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저는 10개 정도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 무작위 배정 비교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 체계적 문헌고찰, 보건의료 빅데이터 분석, 증례보고 등 다양한 임상 연구 방법론을 토대로 한의약의 임상 근거를 창출 및 합성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Q. 앞으로는 어떤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으신가요?


  지금으로서는 아직 주니어 연구자다 보니 온전히 제 주제를 실현하기에는 아무래도 허들이 있습니다.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팀이 중요한데 주니어 연구자로서 선배 연구자분들께 연구를 제안하기에는 아직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나중에 주제를 주체적으로 실현하는 시니어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제 능력을 더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국가나 연구원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연구에 뛰어들어 열심히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훗날 시니어 연구자로 성장한다면 제 전공 분야를 더 깊게 연구하고 싶습니다. 소아 시기에 받았던 여러 한의학적 처치가 성인이 되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한방소아과 전문의로서 궁금합니다.

  또 다른 연구로는 국제 공동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미국이나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한의학적 치료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한의약 치료가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를 연구 결과로써 보여주고 싶습니다.

 

  Q. 한의학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박사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기초든 임상이든 연구자분들이 좋은 연구를 많이 하고 계셔서 저는 이제 충분히 훌륭한 연구 성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실질적으로 한의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한의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자들은 과학적 근거 만들어내는 부분에 강점이 있고, 정책하시는 분들은 정책 흐름을 잘 파악하시고, 임상의 분들은 현장의 니즈를 잘 알고 계시니까 모두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연구자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논문이라는 결과물이 나올 때 성취로 다가옵니다만, 아직 아주 보람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연구 결과가 실제로 신의료기술 등재, 국가 정책 반영 등 한의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온다면 그때는 정말 뿌듯할 거 같습니다. 미래에 올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지금 계속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반대로 어려웠던 순간도 있으셨나요? 그럴 때 가장 힘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연구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고 계속 토론과 수정을 거치는데 그런 순간 하나하나가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가끔 너무 벅차게 다가올 때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일은 결국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라고 항상 되새기는 것 같습니다. 또 가족들의 지지가 늘 큰 힘이 되었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적으로는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면서 더 나은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있으면서 4번의 연말을 거쳤는데, 그때마다 한 해를 돌아보면 굉장히 뿌듯했던 거 같습니다. 그런 마음 잊지 않고 항상 발전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앞으로도 잘 이루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늘 소중히 여기고 앞으로도 잘 꾸려나가는 게 또 다른 작은 목표입니다.

 

 


  [여한의사회 관련 질문]

  Q. 여한의사이자 여성 과학자로서 연구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많은 여한의사, 여성 연구자들은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겪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커리어에 미칠 영향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저도 그러한 큰 산을 넘기 전에 연구자로서의 기반을 견고히 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연구에 매진했던 거 같습니다. 그런 삶의 단계들에 대한 성찰이 여성으로서는 가장 컸던 거 같습니다. 또한, 여성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연구 주제들에 관한 고민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성 연구자들이 강점을 갖는 주제로 연구를 기획하고 주도적으로 실현해 나갈 그런 기회의 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Q.연구의 길을 꿈꾸는 여한의대생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학부생일 때와 비교했을 때 요즘 비교적 교내 연구체험 프로그램이나 공모전 같은 기회의 장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연구를 꿈꾼다면 학생 때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의 끈을 놓치지 않고 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Q. 끝으로 대한여한의사회에 하시고 싶은 말씀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임상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갖추신 많은 여한의사 분들이 육아, 출산 또는 다른 여러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경력 단절이 되어 계시는 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경험과 지식, 지혜를 나눌 수 있도록 대한여한의사회가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집 : 학생위원 윤재영(상지대 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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